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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심플

제이딕 2022. 2. 22. 20:47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 세계는 새로운 위기를 맞았다. 일상적인 것들이 속박되면서 거의 모든 것들이 새로운 형태의 연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외식보다는 배달 음식을 더 선호하고, 백화점이나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기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일상의 변화는 기업들에게도 변화의 움직임을 요구했다. 재택근무가 늘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판매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웬만한 것은 다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온라인 세계에서 불가능이란 없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고, 가격마저 더 저렴하다. 그런데 그곳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는 선택의 폭이 넓어서 결정 장애처럼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같은 제품인데 웹사이트마다 가격도 다르고, 정보도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품이 아니라 손품을 팔아야 한다. 게다가 어떤 쇼핑몰은 카테고리가 너무 많아서 한 번 잘못 들어가면 미로 속을 헤매듯이 허우적 댈 때도 있다. 온라인은 가상의 공간이므로 물리적 공간이 주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므로 정보가 정확해야 하고, 솔직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곳은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내용도 많고, 불필요한 정보가 차고 넘쳐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궁극적으로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심플함에 있다.

제품이 잘 팔리려면 심플해야 한다. 단순히 제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조직의 구성, 회의, 마케팅, 디자인, 패키지, 광고에 이르기까지 회사 깊숙히 심플함이 문화처럼 뿌리내리고 있어야 한다. 애플을 창립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회사에서 쫓겨나 11년간 외인으로 있어야 했다. 넥스트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새로운 컴퓨터 사업을 하면서 그는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내공을 쌓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애플이 거의 망하기 직전에 단돈 1달러의 연봉으로 다시 대표 자리에 앉게 된 잡스는 회사 내의 모든 복잡함complexity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가 지독하리만치 단순함을 적용하려 했던 그 경영원칙은 오늘날의 애플을 만들었고,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그 단순함의 법칙 몇 가지를 살펴보면 어떤 제품이 그렇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냉혹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칫 냉혹하다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인간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냉혹함이란 단호하고 명확한 판단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기분을 너무 고려한 나머지 빙빙 돌려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 질 수밖에 없고, 논점이 흐려지기 쉽다. 그렇다고 직설적으로 말을 하면, 예의가 없다느니 싹수가 없다느니 미운털 박히기 딱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불명확한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두의 의견을 두루두루 살펴서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어야 한다. 그것은 복잡함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단순함의 가장 가까운 친구와 같은 이 복잡함은 너무 똑똑해서 단순함이 들어설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제품에 군더더기가 붙기 시작하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웹페이지에는 불필요한 내용들로 도배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애초에 처음부터 명확함으로 시작해야 한다. 냉혹하리만치 철저하고 노골적이며 절대 타협하지 않는 명확함의 시작 말이다. 그러려면 주저하거나 망설임 없이 솔직하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예의를 갖추고 냉혹하게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없는 분위기의 조직은 제대로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다. 명확함은 조직을 나아가게 하고, 군더더기 없는 제품을 탄생시킨다.

둘째, 가동성을 생각해야 한다.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모든 일은 지루해지기 쉽다.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이 정해진 시간과 규칙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더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래서 팬들은 더 열광을 하게 되고, 다음 경기를 더 기다리게 된다. 아쉬움이 남으면 남는 대로 승리의 기쁨은 기쁨대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지금의 경기를 한 껏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제한 없는 시간 속에서 경기가 진행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선수나 팬들이나 모두 마음가짐이 느슨해질 것이고, 경기에 대한 흥미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납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프로젝트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오히려 일의 퀄리티를 높일뿐아니라 더 몰입하게 하고,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간이 많으면 충분히 숙고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 경험을 하게 된다. 시간이 많으면 오히려 작업의 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잡스는 '넉넉한 시간은 프로젝트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촉박한 납기 때문에 목표에 미달된 결과를 만들어도 문제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하여 일을 복잡함이 지배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전쟁을 생각해야 한다. 흔히 말하기를 현대 사회는 전쟁터와 같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회사들이 망하고, 시작한다. 그 반복되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여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우왕좌왕하다가는 전쟁은 커녕 단 한방의 공격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 전쟁터의 사령관은 철저하게 전략을 세워서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모든 전력을 총 동원하여 적을 제압해야 한다. 적당히 때워 볼 생각으로 전쟁에 임했다가는 전멸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 전쟁터에서 조차 복잡함은 독버섯처럼 살고 있다. 적을 두려워 하는 사람, 미천한 경험을 빌미로 수백가지 안되는 이유를 대는 사람, 싸워보지도 않고 계산만 하는 사람, 대책없이 전진을 외치는 사람등등 전장속에서도 복잡함은 왕노릇 할 수가 있다. 이때 최종 결정권자의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의 말에 좌지우지하는 지휘관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가능한 모든 권한을 이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그 모든 저항의 벽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오늘날 전장터의 전략을 짜는 것과 비슷한 것이 직장 내 각종 회의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회의라는 리서치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왜일까? 보통 회의실에는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서 회의는 매우 피상적으로 돌아가기 쉽다. 왜냐하면,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는 혹시나 공격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회사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지 않다면, 회의실에서 복잡함을 이겨내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러니 영양가없이 반복되는 회의가 재미있을리가 없고, 이리저리 눈치만 봐야 하므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회의는 볼 것도 없이 백전백패다. 그러므로 회의는 매우 솔직하고 담백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핵심이 한 가지 더 있다. 그건 바로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참여다. 그래야 빠른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회의를 거듭한 뒤 또다시 수많은 결재라인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과정은 전쟁터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복귀해서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해 모든 복잡함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브랜드로 성장을 했다. 많은 기업들이 그 방식을 흉내내려 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고 한다. 단순함은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이 단순함의 저주이기도 하다. 지금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수많은 복잡함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단순히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결국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가치를 한마디로 말하면, 단순함이다. 단순함은 복잡함보다 훨씬 어렵다. 냉혹하리 만큼 명확하고 솔직해야 하며 그리 많지 않은 시간 내에 목표를 완수해야 한다. 전장터의 선봉에 서 있는 장수와 같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가치가 인간을 위한 것일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심플함이 복잡함보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심플해지려면 생각을 비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 이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심플함에 이르는 순간, 산맥도 옮길 수 있을 테니까요."
-스티브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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