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작.

「장자」의 재유 편에 보면 최구와 노담의 대화가 나온다.
최구가 노담에게 물었다.
"천하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이 좋아지겠습니까?"
노담이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을 공연히 묶지 않도록 삼가게. 사람의 마음은 억누르면 가라앉고 추켜올리면 올라가는데,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쇠잔해지기 마련이네. 부드러움으로 굳센 것을 유연하게 만들고 날카로운 것으로 새겨 상처를 내지. 또 뜨거워지면 불같이 타오르고 차가워지면 얼음처럼 꽁꽁 뭉쳐진다네. 재빠르기는 고개를 움직이는 순간 사해 밖까지 덮고, 움직이지 않으면 심연처럼 고요하나 움직였다 하면 세차게 치달아서 잡아둘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지."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한없이 흔들리고, 아무리 진심을 담아 얘기해도 절대로 움직이지 않기도 한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 '달콤한 인생'을 참 좋아한다. 사람은 사소한 작은 일에도 큰 의미를 둘 수 있고, 그 작은 일이 나의 신념과 정면으로 부딪칠 때 지혜롭지 못한 선택을 하면 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작은 흔들림.
후회.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살아가면서 이렇게 후회스러운 일들은 너무 많이 생긴다. 그러면서 또 다짐을 하고, 원칙을 세우고, 노력하지만 또다시 같은 상황에 놓이면 같은 선택을 하거나 비슷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왜 나는 계속 반복된 실수를 하는 것일까? 아무리 복기를 해봐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더러는 있다. 특히 그게 내 마음과 심리에 관한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아마도 스스로에게 객관성을 갖고 판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를 할 경우에는 어떨까? 깃털보다 더 가볍게 촐싹거리는 마음을 확인할때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조금만 오르면 나를 버려두고 갈까 봐 매수를 하고, 조금만 떨어지면 더 떨어질까 봐 겁나서 매도를 한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주변을 기웃거리며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을 하는지 살펴보거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투자 공부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성공적인 투자를 하기는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왜일까? 투자 시장만큼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시장은 생물과도 같다는 말을 많은 전문가들이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원칙을 세우고 뚝심 있게 하려고 해도 요동치는 시장의 움직임을 당해내기는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숫자 계산과 다양한 기술적 지표 분석과 정보를 파악한다고 해서 승산 있는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나 스스로를 아는 것이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투자는 시작된다. 내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나는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잘 견디고 못 견디는지 어떤 사소함이 내 마음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드는지 스스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그래야 내가 어떤 게임을 하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장기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 사소한 등락에도 마음이 요동치고 견딜 수 없다면 아직 장기 투자를 할 만큼의 내공이 없는 것이다. 반면에 아무리 다른 종목이 급등하거나 내가 쥐고 있는 종목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이 들려도 그 가치를 보면서 견디는 사람이 모멘텀 투자를 하겠다고 이것저것 사고팔기를 반복하고 있다면 맞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서 다른 사람의 성공담이나 이론을 듣고 따라 한다면 백전백패하게 돼 있다. 아무리 옳아도 스스로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에 성공하려면, 소크라테스가 했던 명언대로 '너 자신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할 수 있고, 승리를 위한 전략과 공부를 할 수 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https://youtu.be/j-ad3Flq1_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