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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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_믿음.JAY 2022. 3. 25. 08:28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초딩 저학년 때 마주했던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존재에 대한 생각을 처음 했었다. 너는 어디서 왔니? 그때 나 자신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감정은 참 오랫동안 지워지지가 않는다. 세상의 끝이 어딘지 궁금했다. 그래서 잘 읽히지도 않았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참 오랜 시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세상은 누가 만들었는지. 인간의 유한한 지식의 끝에서 바라본 우주의 끝은 그저 미지의 그 어딘가였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우주에 관한 책들을 뒤적일 때가 있다. 빅뱅이론이 맞다면, 결국에 그 끝은 다시 한 점으로 모이는 태초로 돌아간다. 모든 인생이 그렇듯 그 끝은 죽음이다. 그 죽음 이후의 삶이란 것이 있을까? 이 또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와 같이 사람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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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_맑고 향기롭게JAY 2022. 3. 24. 20:09
누구에게나 맑고 향기로운 추억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 나는 어려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린이에게 늙어가는 것은 되고 싶은 무엇이었겠지만, 되고 싶은 그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그랬더라도.. 나는 그 생각을 굳히지 않았을 것 같다. 이십 대가 되어서도 늙어감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이십 대 때에도 나는 그랬다. 이른 아침에 탔던 버스에서 졸다가 종점에서 내렸던 이름 모를 동네의 한가로운 풍경이 가끔씩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 들었던 음악. 한가로운 아침의 풍경. 적당한 봄기운. 탁해진 내 자신을 마주할 때 신기루처럼 교차하는 그 한가로움이 사무치게 그립다. 한 번도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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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_타인은 지옥이다.JAY 2022. 3. 23. 23:47
타인의 존재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내 삶을 평가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면 그것이 곧 내 정체성에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본래 섞일 수 없는 영원한 고독한 존재. 어쩌면 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동물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자신의 정체성과 본성을 억누른 채 구경꾼들의 눈을 의식하며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 같다.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해서 억누르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 고립된 자아를 좋아하는 것 같다. 저마다 모습은 다르지만 처해 있는 환경은 비슷하다. 아무리 으르렁 대봐야 고작 울타리 안의 세상이다. 그러다가 끝날 인생이라니. 서글픈 인간 세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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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_complexityJAY 2022. 3. 23. 08:43
생각이 많아지면 몸을 더 혹사시켰던 것 같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바뀌지 않는 상황. 소통의 부재. 노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어린 내가 할 수 있었던 방법은 운동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운동에 몰입을 하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잊을 수 있어서 좋았기 때문이다. 어떤 노력의 결과가 문제 해결까지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대부분 직접적인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너는 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아.' 어려서부터 나는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 특히 어른들로부터... 실제로 그렇긴 했다. 혼자서 책을 보거나 상상의 글을 써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러나, 나는 단순한 것을 더 좋아한다. 그 이면에 무엇을 감추고 아닌 척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