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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 small seed a mighty trunk may grow.
작은 씨앗에서 거대한 줄기가 자랄 수 있다.'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이 말을 마치 큰 교훈 인양 듣고 자랐다. 그래서 웬만하면 남의 일에 간섭을 하거나 나서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것 같았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게 사는 것 같아 보였다. 누군가 앞에서 깃발이라도 흔들면 환호하지만 정작 본인은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길 원하는 것 같았다. 그 군중들의 발이 머문 곳에 나도 함께 있었던 적이 더 많았던 같다. 언제부터 였던가.. 나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함께 사는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무 같은 것..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생각하는 것도 생김새도 가치관도 취미도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없다. 똑같은 호의를 베풀어도 누군가는 의심하지만 누군가는 고맙게 여긴다. 그러나 내 기대와 다른 리액션이 온다고 실망하거나 불쾌할 필요가 없다. 최소한의 예의만 갖춘다면 그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게 마땅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하는데 당신들은 뭐하고 있냐는 식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헌신은 기본적으로 자발적인 행동이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향한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에 남들이 하지 않는 궂은일을 앞장서서 한다고 도끼눈을 뜨고 저거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일거야 라고 폄훼하거나 의심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속한 사회가 보다 더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평소에 청소하는 것을 좋아한다. 뭔가 깨끗하게 쓸고 닦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어지러워진 서재를 정리 하거나 사무실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 정돈을 하면 일의 능률도 오른다. 그 평소의 습관이 공동체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 빌딩은 몇몇 사무실이 공동으로 입주해서 사용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청소하시는 분이 아침과 점심에 한 번씩 화장실 청소를 하신다. 아무리 깔끔하게 청소를 해도 많은 사람들이 쓰는 공용 화장실은 오후가 되면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세면대 위에 고여 있는 물기를 비취돼 있는 스퀴즈를 이용하여 말끔하게 닦아준다. 이것을 하는데 30초밖에 안 걸린다. 이 작은 일을 하는데 한 번도 다른 사람들이 더럽게 화장실을 쓴다고 불평해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좋아서 했을 뿐이다. 그런데 오고 가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뭔가 의식을 했는지 화장실을 사용할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사용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청소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우리 층의 화장실은 다른 층에 비해 깨끗하다는 소리를 엿듣게 되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우쭐해하거나 누군가 좀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나의 평소 습관이 함께 사는 공동체에 도움이 돼서 기분 좋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더러는 호의를 호의로 받아 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아픈 기억이 있어서 일 수 있다. 살아가면서 안 좋은 경험들이 지속적으로 쌓이다 보면 사람에 대한,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그 사람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누군가가 그 사람이 믿었던 신뢰에 금이 가게 했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연대 의무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더 신뢰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여전히 OECD 국가 중 사기 범죄는 일등이다.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강한 것뿐 아니라 저 신뢰사회에서 고 신뢰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사회. 연대 의무를 마땅히 받아들이고, 부정하고 불의한 것이 발 들이지 못하도록 감시하되 서로를 격려하고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가 진정한 신뢰사회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이기주의만 있을 뿐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으로 변질된다.신뢰사회로 가는 첫 걸음은 작지만 진정성 있는 행동이다.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고 꼬투리를 잡아서 벼랑 끝으로 끌어내려 짓밟는 것이 아니라 진흙탕 속에서도 진주는 발견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서로의 잘됨을 기뻐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내가 심은 작은 씨앗이 커다란 줄기가 되어 푸르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보다 나은 신뢰 사회 속에서 참된 아름다움과 인간다움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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