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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Thing one can do when it's raining is to let it rain.
비가 올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비가 오도록 놔두는 것이다.나는 평소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전업과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한다. 공부를 하다 보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서로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짜릿한 희열도 느낀다. 그러한 경험들 중에 나와 아주 멀게만 느껴진 것을 하게 되었는데 '투자'였다. 처음에는 겁 없이 덤벼들었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투자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절박함으로 시작했는데 조금씩 기초를 쌓아가며 내가 얼마나 무지하게 무모한 모험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더 열심히 파보자 생각하고, 유명하다는 투자 전문가들의 명저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며 정리하고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 지식이 생기니 실전에서도 조금씩 이익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나 조금 알 때가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얼마 가지 않아서 몸소 깨달았고, 내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는지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이럴 때 알맞은 비유일까? 얄팍한 지식이 생기면 가장 오해하기 쉬운 것이 통제할 수 없는 것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통제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복잡계라고 말한다. 어떤 결과가 하나의 사건과 원인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얽혀있는 관계 속에서 적당한 시기에 우연히 만났을 때 창발 하는 것이 복잡계의 메카니즘인데 이것을 깨달은 후 내 투자의 방식은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투자를 하면서 내가 절실하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위해서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를 했다면 실수를 복기하고 오류를 수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분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기를 갖는 것이다. 그것이 불확실성을 대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의 시작이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그 관계 안에 들어가면 그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내 눈에 보이는 것을 토대로 통제 가능한 상태에 접근하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오늘 주가가 내려가면 다양한 소문과 뉴스가 난무하면서 이래서 내려갔다는 사후 해석이 장사진을 이루게 되고 향 후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예측과 정보가 뒤를 이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맞는 예측은 별로 없다. 전 세계 사람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심리가 모인 시장은 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노출되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를 보이기가 일쑤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예측하려고 애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고 매번 실패를 거듭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포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자꾸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상황은 악화되기 십상이다. 이렇듯 불확실한 것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두려고 하는 인간의 심리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시장의 흐름을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 그러면 매매를 할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지 시작한다.
사람의 마음도 투자와 마찬가지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뭐냐고 내게 묻는 다면 단연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는 일은 너무 어렵다. 아무리 많은 말을 하고, 온 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더 많다. 속담 중에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그 아이가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더 걱정하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하면, 아이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잔소리하지 말고,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면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관계 밖으로 나와서 어떤 액션을 취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면 변화시킬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인다는 점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물건을 판매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별 관심이 없는데 우리 회사의 제품이 너무 훌륭하니까 당연히 잘 팔릴거라는 생각을 하면 큰 오산이다. 그것은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또한 잘 나가는 다른 회사 제품을 따라 하거나 판매 방법들을 맥락 없이 무작정 따라 하면 실패하기 쉽다. 왜냐하면, 물건의 판매는 단순히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거나 매우 창의적이거나 탑 브랜드를 벤치마킹했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이 아닌 시장의 수요와 필요가 그 제품과 어떤 맥락에서 연결되어 판매로 이어지게 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때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기 전에 시장의 필요와 수요를 먼저 파악하기 위한 휴식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제품이라는 직접적인 매개체와 거리를 둠으로써 실제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비가 올 때는 비가 오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때가 되면 비는 그치고 맑은 햇살이 비친다. 오롯이 그 비를 맞으며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너무 힘들고 지치면 잠시 쉴 곳을 찾아 피해가도 좋다. 그리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평정심을 되찾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러면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설사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괜찮다.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깊이 생각하는 시간. 그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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